우리는 보통 ETF에 투자할 때,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지(S&P 500, 나스닥 100 등), 어떤 테마를 담고 있는지(반도체, 이차전지 등)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TF가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방법, 즉 '복제 방법'에는 크게 '실물복제'와 '합성복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내가 투자하는 ETF의 투명성과 숨겨진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1. 실물복제 (Physical Replication): 정직하게 전부 다 사는 방식
'실물복제'는 이름 그대로, ETF가 추종하는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을 실제로 매수하여 펀드에 담는 방식이다.
쉬운 비유: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실물복제 ETF라면, KOSPI 200을 구성하는 200개 기업의 주식을 지수 내 비중과 동일하게 실제로 모두 사서 보유하는 것이다. '과일 바구니' 레시피(지수)를 받아서, 레시피에 적힌 대로 사과 2개, 배 3개, 딸기 5개를 직접 장바구니(ETF)에 담는 것과 같다.
실제 예시:
KODEX 200: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가장 대표적인 실물복제 ETF다.
TIGER 미국S&P500: S&P 500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해당 지수에 포함된 약 500개의 미국 기업 주식을 실제로 사서 담는 실물복제 ETF다.
장점:
직관적이고 투명함: ETF가 어떤 주식들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어 매우 직관적이고 투명하다.
낮은 거래상대방 위험: ETF가 실물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있으므로, 증권사나 은행 등 제3의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가장 안전한 방식이다.
단점:
추적오차 발생 가능성: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을 완벽하게 동일한 비중으로 사고팔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제 지수와 ETF의 수익률 간에 미세한 차이(추적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 비용: 수많은 종목을 직접 매매해야 하므로 거래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ETF 수익률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다.
2. 합성복제 (Synthetic Replication): 계약을 통해 수익률만 빌려오는 방식
'합성복제'는 추종하는 지수의 구성 종목을 직접 매수하지 않는다. 대신,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거래상대방)과 **'스와프(Swap) 계약'**을 맺고, "해당 지수의 수익률만큼을 우리에게 지급하라"고 약속받는 방식이다. (스와프: 서로 다른 자산이나 조건을 교환하는 거)
쉬운 비유: '과일 바구니'를 직접 만드는 대신, 과일 가게 주인(증권사)과 계약을 맺는 것이다. 가게 주인에게 일정 금액을 맡기면, 주인은 나중에 '과일 바구니의 시세 변동에 따른 손익'을 나에게 정산해 주기로 약속한다. ETF는 실제 과일이 아닌, '수익률을 받을 권리'라는 계약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예시:
KODEX 200선물인버스2X (곱버스): KOSPI 200 선물지수의 '역방향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은 실물 자산으로 구현하기 불가능하다. 따라서 증권사와의 스와프 계약을 통해 이러한 복잡한 수익률을 복제하는 대표적인 합성복제 ETF다.
TIGER 원유선물(H): 투자자가 직접 원유를 사서 보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ETF는 원유 선물(Futures)의 가격 움직임을 스와프 계약을 통해 복제하는 합성복제 방식을 사용한다.
장점:
낮은 추적오차: 실제 지수의 수익률을 계약에 따라 정확히 지급받기로 하므로, 추적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접근성: 원유, 구리 같은 원자재 선물이나 특정 파생상품 등 실물로 보유하기 어려운 자산들을 추종하는 ETF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단점:
거래상대방 위험 (Counterparty Risk):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 만약 수익률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증권사가 파산하면, 계약은 휴지 조각이 되고 ETF의 가치는 폭락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관련 파생상품들이 큰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투명성 부족: ETF가 실제로 어떤 자산을 담고 있는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는지 투자자가 명확히 알기 어렵다.
3. 그래서,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복제 방식의 ETF를 선택해야 할까?
일반적인 주식 ETF라면: 무조건 '실물복제' S&P 500, 나스닥 100, KOSPI 200 등 일반적인 주식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실물복제' 방식의 ETF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현명하다.
실물 투자가 불가능한 자산이라면: '합성복제' 고려 원유 선물, 인버스, 레버리지 ETF 등 실물 자산을 직접 담기 어려운 특정 상품에 투자할 때만 합성복제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ETF의 상품설명서(KIID: Key Investor Information Document)나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ETF가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투자하는 ETF가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내 돈을 지키기 위한 투자자의 최소한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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